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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미래를 보는 3가지 시각

                                                             2017. 9. 1

당신이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그런 세계는 지금 붕괴되고 있다.

 

사람은 세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미래 전문가의 책으로부터 가볍게 읽을 꺼리를 정리해 봅니다.

 

1. 새의 눈으로 세상 보기 첫째는 새의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조감(鳥瞰)이라고 한다. 새처럼 하늘 높이 날아 땅을 내려다보면 숲, 강, 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조선의 천재 화가였던 정선은 이런 조감의 방법을 응용해 부감(俯瞰, 높은 곳에서 내려다 봄)법으로 조선의 경치를 담아냈다.

조감이 새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면 부감은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사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사람의 처지에서 중요한 것을 부각시키고 중요치 않은 것은 생략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드넓은 세상을 한 폭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렇게 그린 그림이 (금강내산도)이다. (금강내산도)를 보면 비로봉을 비롯한 1만 2,000개 봉우리를 한 폭에 모두 담은 듯 그려져 있다.

오른 편에 그려진 수많은 산에서는 험준한 산세가 느껴지는가 하면 왼편은 마치 산의 음영인 것처럼 묘사되어 있고 나무가 많아 육산(肉山)의 모습을 띄고 있다.

산 중턱의 암자와 산 밑 가옥들도 보이는데, 매우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실제 산 크기의 비율로 보자면 암자나 가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그려져야 맞지만 정선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듯하다. 이게 바로 부감법의 특징이다.

 

항공사진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 화가의 눈에는 크게 보이는 것이다. 수많은 다양한 봉우리가 화가의 해석에 따라 일목요연하게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 금강산의 전경을 한눈에 보여준다. 그래서 정선의 (금강내산도)는 실제가 아닌 화가의 시각에서 재 해석된 금강산이다.

 

2. 인공위성에서 세상 보기 세상을 관찰하는 두 번째 시각으로 인공위성의 시각을 들 수 있다.

   이 방법은 부감법보다 더 넓으면서도 개별적인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다.

인공위성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새에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시각이 넓고,

원한다면 수천 킬로미터 위에서도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구글에서 제공하는 지도가 그 예다.

이 시각을 그림으로 잘 표현한 것이 화가 최호철이 그린 (을지로 순환선)이다.

전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개별적인 디테일까지 포착한다.

서울 시내의 전경을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지하철에 탄 다양한 시민들의 모습과 그들의 표정까지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림 속 사람들은 무심히 밖을 내다보고 있지만 사실은 본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다.

사람들은 잠시 자신이 살던 곳을 빠져나와 마치 남의 삶을 구경하듯 쳐다보고 있다.

서울살이의 고단함이 곳곳에 묻어 있어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곳인지 느끼게 해준다.

 

진짜 인공위성의 시각이라면 이런 표정을 잡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화가의 눈에 비친 서울의 민낯이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드러난다.

 

3. 상상의 눈으로 세상 보기 세 번째 시각은 상상의 눈이다.

   상상의 눈임에도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을 현실대로 포착하고 있다.

마치 지구 전체를 담아내는 듯 보인다.

 

시각의 넓이로 보자면 앞의 두 시각보다 넓다.

언뜻 나무 한 그루를 그린 듯싶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지구 전체를 묘사했다고 봐도 그럴 듯하다.

지구촌 곳곳은 매우 다른 현실을 살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여름을 보내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는 겨울을 지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경험하고 있는데, 다른 지역은 아직도 수렵채집 시대에 머물러 있다.

과학기술 수준도 천차만별이고 생활방식도 다양하다.

누구의 미래는 누구의 과거이고, 누구의 과거는 누구의 미래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현실을 보려면 증거에 기반을 둔 상상의 눈으로 세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출처: 박성원, (우리는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도서출판 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