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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공병호 칼럼

전략적 자유도의 중요성: 샤프의 교훈

다이슨의 사이클론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로봇 청소기 롬바 등은

모두 전략적 자유도를 활용해서 성공한 사례들이다.

                                                                                                                         2017. 11, 25

오마에 겐이치의 필력을 여전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이처럼 현장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고 고객들이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인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사례입니다.

오늘은 오마에 겐이치의 최근작에서 ‘샤프가 쇠한 이유’의 글을 보내드립니다.

 

1. 발상 능력과 이노베이션 능력을 위해서

    제일 먼저 ‘전략적 자유도(SDF Strategic Degrees of Freedom)’라는 발상법을 배우도록 하자.

 

전략적 자유도를 제일 먼저 배우는 이유는

이것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점에서 모든 것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실은 이것을 소홀히 한 탓에 존망의 위기에 직면한 기업이 있는데,

전략적 자유도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이 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도록 하자.

그 기업은 바로 ‘샤프’다.

한때는 일본 내 액정패널 판매율 8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었던 업계 선두주자였다.

2000년대는 가히 샤프의 시대였다.

 

2. 2001년 상품화된 액정TV ‘아쿠오스(AQUOS)’의 인기에 힘입어 2002년에는 2조 엔 정도였던 높은 매출이

   5년 후인 2007년에는 약 1.5배인 3조 4,177억 엔으로 매우 빠르게 증가했다.

 

2004년 1월에는 액정 제조에 총 1,000억 엔을 투자한 가메야마 제1공장을 가동시켰다.

샤프는 회사의 중심축을 액정TV로 옮기고 있었다.

그 결과, 2002년에는 판매액 약 850억 엔, 출하 대수 약 90만 대였던 액정 TV는

2006년에는 판매액 약 6,135억 엔, 출하 대수 약 603만 대가 되었다.

같은 해 가메야마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는데 ‘가메야마 모델’이라는 말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절정기를 맞았다.

 

3. 하지만 2008년 가을, 리먼 쇼크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한국이나 대만 제조업체가 자국의 액정 패널 공장에 과잉 설비투자를 하고,

세계적인 불황과 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겹쳐 액정 패널은 연 30퍼센트의 가격 하락을 기록하며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가메야마 모델은 더 이상 브랜드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

샤프의 액정TV는 더 이상 기능, 품질, 브랜드 등으로는 다른 상품과의 차별화가 곤란해지면서

소비자에게 가격만으로 선택받는 신세가 되었다.

이른바 범용화(commodity)다.

 

4. 여기에 기술을 과신 해왔던 탓도 있다.

   샤프의 경영진이 당시 자부심을 가졌던 것처럼 가메야마 모델의 기술은 한국이나 대만의 액정TV를 능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용자가 타사 제품과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을 정도였는지 묻는다면 반드시 그렇지만 도 않다.

기술적으로는 우수해도 사용자 입장에서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차이’가 아니다.

그러나 기술자는 기술의 차이를 ‘차별화’라고 철석같이 믿는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하지만 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어찌 되든 상관없는) 기술은 ‘차별화’라고 말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브랜드화’ 할 수 없어 가격 경쟁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샤프는 큰 적자에 빠졌고 다른 회사에 구제를 요청할 정도로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5. 브랜드란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그런 ‘가치’가 없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되면 브랜드가 아닌 단순한 상품들 중 하나로 전락한다. 하지만 샤프는 가메야먀 모델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착각했다.

주위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 ‘세계 속의 가메야마 모델’이라고 선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다.

 

6. 액정TV는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해상도(0.1mm) 이상으로 고성능 화 되어있어서 사람들은 상품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해상도가 아닌 가격에 따라 상품을 결정한다.

즉 범용화로 인해 경쟁 상품과의 차별화가 곤란해진 영역에 있어선 일본처럼 생산비를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할 경우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차별화하기 힘들다.

샤프가 선전한 ‘화질의 아름다움’같은 부분에서도 소비자는 해외의 제조업체와 큰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7. 여기서 전략적 자유도의 사고방식이 필요해진다.

   전략적 자유도란 ‘전략을 세워야 할 방식의 수’를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사용자의 목적을 만족 시키는 방법을 가능한 한 많이 도출하여 그 안에서 경쟁 상대가 따라올 수 없는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방책과 지속 가능한 방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왜 전략적 자유도를 고찰해야만 할까?

개선 방향을 결정하지 않으면 어두운 안개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비용을 모두 낭비하게 되기 떄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를 만족시킨다’는 목적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이다.

 

8. 이는 기술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인데, 종종 기술자들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기술을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전부’라고 착각한다.

즉 ‘자신들의 사용자에게 무엇을 제공하고 싶은가’에서 발상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 상징적인 예가 샤프의 액정TV다. 사용자들이 근소하게 우위에 있는 액정 기술을 원할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사정이 아닌 최초의 발상 시점부터 ‘사용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목적함수)’라는 명제를 떠올려야 한다. 항상 이 명제를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

 

9. ‘사용자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묻는 것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로 해야 할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에 답하기 위해 어떤 경험을 쓸 수 있는가를 짚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목적을 달성하는 몇 가지 방법(축)을 설정한다. 이때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모두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축에 따라 어떤 것이 가능한지 생각하면 된다. 기본적으로 전략적 자유도라는 방법은 이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출처: 오마에 겐이치, (제로 투 원 발상법), 이혜령 역, 21세기북스,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