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정권 비위 맞추며 야바위 짓" 검경 뼈때린 시민의 분노 왜 [뉴스원샷]

그 흔한 김씨 2022. 5. 8. 08:18
                                                                                   중앙일보 입력 2022.05.08 07:06  김승현 기자 구독
김승현 사회2팀장의 픽 : 검경,윤석열·민주당 빼고 진검승부 해라

 

최근 경기분당경찰서의 수사팀이 발끈했습니다.

한 종편방송의 보도 때문인데, 요지는 이랬습니다. ‘분당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는데, 이 수색이 영장 발부 3주 만에 이뤄진 것이다. 증거인멸의 기회를 준 것 아닌가.’

지난 3월 대선 전에 이재명 후보를 괴롭혔던 의혹이 다시 소환되고 있습니다. 의혹의 골자는 이겁니다. ‘성남시장이 구단주격인 성남FC에 네이버와 두산 등 기업이 100억대 후원금을 냈고, 성남시가 기업 측에 인허가 등의 편의를 제공했다. 그 후원금은 편의 제공 대가로 시장이 받은 뇌물로 보는게 맞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여전히 안갯 속입니다. 그런데, 정작 안개를 만드는 건 검찰과 경찰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경찰은 대선 전 무혐의 결정 때는 “이재명 편들기”라는 우파 진영에 맞섰고 대선 뒤인 지금은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강조합니다. 성남시청 압수수색(지난 2일) 때 좌파 진영에서는 “정치 보복 수사”라고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압수수색이 늦어진 게 수상하다”는 보수 매체의 보도가 나왔으니, 당황스러울 만도 합니다. 분당서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팀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이었다. 영장을 받았다고 바로 압수수색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격리 해제 뒤 준비를 마치고 영장 집행을 했다”며 억울해 했습니다. 

이번 영장 집행이 누굴 봐주기 위해 늦어진 거 같지는 않지만, 언론의 의심도 무리는 아닙니다. 경찰의 무혐의 결정 이후 검찰에선 성남지청장이 검찰 내부의 보완 수사 요청을 여러 차례 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입니다. 이번 수사도 대선 이후 검찰의 보완 지시에 따른 일입니다. 검찰과 경찰 사이에도, 검찰 내부에도, 경찰 안에도 불신과 이율배반이 팽배해 있습니다.

이제 수사 기관을 '편 가르기' 하듯 바라보는 건 합리적 의심이고 가설입니다. 이번 사건도 대체로 이런 생각들이 지배적인 듯합니다.

 “검경이 대선 전엔 이재명을 봐주려다 정권이 바뀌니 방향을 틀었다.”

 “무혐의로 끝낼 사건을 검수완박과 정권교체 국면에서 되살렸다.”

이 '불신의 가설'에 검경은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칠 수 있을까요? 이 상황에 원칙과 적법 절차를 믿으라고요? 

"이게 무슨 야바위 짓입니까”라는 어느 시민의 분노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적지 않은 시민들은 대체로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비위를 맞추며 야바위꾼처럼 숨긴 구슬의 위치를 바꾸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분명 뜨끔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기본권을 지키는 수사기관이 야바위꾼에 비유되는 현실은 크나큰 국가적 손실입니다. 그들이 거악을 척결하고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헌법과 법률을 다듬으며 힘겹게 여기까지 왔는데 말이죠. 

민주당의 터무니없는 독주로 이뤄진 꼼수 입법이 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걱정이 앞섭니다. 다만,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리리 갈 데까지 가봤으면 합니다. 이번 검수완박 논란 중에 나온 목소리에 오히려 희망을 걸어 봅니다. 검찰과 경찰이 서로를 못 믿는다고 외치는 그 자신에 찬 주장 말입니다. 조직 이기주의 차원의 언론 플레이였다 하더라도, 이참에 제대로 검찰과 경찰의 존재 이유를 따져서 진짜 야바위꾼인지 아닌지 스스로 입증해줬으면 합니다. 그래야만 오명을 벗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경찰에 제안합니다. 차(윤석열) 떼고 포(민주당) 떼고 오로지 국민을 위한 난상토론을 해보십시오.

상대를 향해서 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소수의 정치 검사의 전횡에 다수의 정의로운 검사들이 반론을 펴고,

경찰대 출신이 주도하는 수사권 조정에 일선 경찰들이 ‘가랑이 찢어진다’고 따졌으면 합니다. 그게 된다면 당장의 악법도 크게 두렵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