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in포커스] 방한하는 美국무부 '백발마녀' 웬디 셔먼 부장관

박재우 기자 입력 2021. 07. 16. 07:30
집요한 업무스타일 '백발마녀' 별명..'김정은 독재자' 기술
한반도 전문가, 평양서 김정일 만나..북핵해결 무산 '아쉬움'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미국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72)은 '백발마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업무 스타일이 냉정하고 집요하단 이유에서다.
그런 그가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 참석을 위해 21일 방한하기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연상케 하는 백발의 모습과 화려한 이력으로 그는 한국 외교관들에게도 선망 대상이다.
최근 외교부 내에선 지난해 발간된 셔먼 부장관의 저서 '약한 심장을 가진 이들에겐 맞지 않는(Not for the faint of heart)'을 읽고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번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카운트 파트너로서 셔먼 부장관과 만나게 될 최종건 차관도 지난달 11일 트위터에서 이 책을 언급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면…(교수로서) 연세대학교로 돌아가게 된다면 이 책을 필독 도서로 선정하겠다"고 썼다.
셔먼 부장관은 미 국무부 내 장악력도 뛰어나고 미 외교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선 이란핵 협상(JCOPA)를 성사시킨 주역으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겐 한반도 전문가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 한반도 전문가…북핵협상 기회 살리지 못한 '아쉬움' 표현
셔먼 부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 밑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지내며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주도했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 방북 추진을 목적으로 올브라이트 장관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그의 저서에서 클린턴 행정부 당시 북핵협상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진전을 보이고 싶었지만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당선되고 당선자측에서 '정책리뷰'를 해야 한다면서 가로막았다"면서 "우리가 (북한과)실행 가능한 협상을 끌어냈을 수 있었지만 부시 정부의 등장으로 물 건너 갔다"고 회상했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저서에서 북한을 '전체주의',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독재자'로 기술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다르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 중심에 인권을 두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는데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셔먼 부장관은 동북아 정세에도 해박하다. 한일관계에 중재자 역할을 맡아 한국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도 있다. 2015년 한일 간 위안부 문제를 두고 갈등이 심화하자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해 값싼 박수를 받으면, 마비를 초래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 야망있는 '백발 마녀'
셔먼 부장관은 집요한 업무 스타일을 갖춘 것으로 유명하다. 한 외교소식통은 셔먼 부장관 로비스트 시절 업무스타일을 설명하며 "어떻게서든 자신이 속한 단체·회사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끈질김이 엿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집요함으로 인해 '백발 마녀'란 별명을 얻기도 했지만 인간적인 면모도 엿보인다. 그의 저서에서 이란 당국자들과의 이란핵협상(JCOPA)을 맺는 과정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막바지 협상이 난항에 빠지자 자신이 눈물을 흘렸던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의 야망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솔직한 모습도 보인다. 책에서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4년 국무부 부장관으로 거론됐지만 토니 블링컨 현 장관에게 밀려 임명되지 못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썼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내용을 기술하며 "언론에서 차기 국무장관, 국무부장관, 유엔 대사로 거론되는 것에 나쁘지 않았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엔 "내 나이가 69세가 돼 다시 정부에 들어오기는 힘든 나이가 됐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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