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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수리모델링으로 코로나 백신 우선접종 결정…韓 전략수립도 지연

그 흔한 김씨 2020. 12. 25. 09:43

      조선비즈 

유럽CDC, 유럽 접종 개시 맞춰 ‘우선순위별 백신 효과’ 예측
"80세↑+기저질환자만 맞아도 모든 성인 접종 수준 사망률 감소"
"접종자도 타인 감염시킬 경우, 의료진 우선접종도 효과 미비"
韓 접종 계획은 아직… 보건당국, 시점·우선순위 등 논의 중

미국 공중보건 위생을 책임지는 제롬 애덤스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화이자·바이오앤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고 있다./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유럽의 보건당국이 효율적인 접종 우선순위 전략을 찾기 위해 수리모델링 분석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18~59세의 젊은 층은 우선접종을 해도 인구 전체에 기여하는 예방 효과가 거의 없어 최적의 우선순위 전략이 될 수 없다. 이는 현재 세계 각국의 보건당국이 염려하는 것처럼 접종자도 여전히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각) 백신 공급이 한정된 상황에서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들의 접종 정책 수립을 돕기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우선순위 설정(prioritisation)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ECDC가 발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우선순위 설정(prioritisation) 전략’ 보고서 표지./ECDC 보고서 캡처

 

ECDC는 고령자, 기저질환자, 의료인, 18~59세의 젊은 층 등 집단을 각각 우선접종했을 때 1년 후 EU·EEA 인구집단 전체에서 나타날 백신 효과를 수리모델링으로 각각 예측했다. 백신 효과는 백신 덕분에 코로나19 사망률이 감소하는 정도,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정도, 바이러스 확산이 억제되는 정도, 의료시스템 부담이 경감되는 정도 등으로 측정됐다. 모든 성인을 접종한 이상적인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백신 효과를 100%로 놓고 각 시나리오의 백신 효과를 상대적인 ‘퍼센트(%)’ 수치으로 계산했다.

최적의 우선순위는 어느 백신 효과를 목표로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사망률을 줄이려면 코로나19 사망 위험이 가장 큰 고령자부터 접종해야 한다. 반면 고령자보다 젊은 층이 남은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이들을 먼저 보호하면 인구 전체의 기대수명도 높일 수 있다.

백신이 바이러스 확산도 막을 수 있다면 고위험군 환자와 접촉이 잦은 의료인이나 사회적 접촉이 활발한 젊은 층에게 백신을 먼저 맞히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반면 접종자도 여전히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면 이 전략은 효율적이지 못하게 된다.

특정 집단에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접종했을 때 사망률 감소(왼쪽)와 기대수명 연장(오른쪽) 효과를 ‘18세 이상 성인 전체를 접종했을 때 효과’ 기준(100%)으로 나타낸 그래프. 8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좌우 그래프 각각에서 세번째 주황색 막대)를 우선순위로 정하면 적은 백신 물량으로도 97%의 사망률 감소, 83%의 기대수명 연장 효과를 얻을 수 있다./ECDC 보고서 캡처

 

ECDC는 8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총 4000만명분)를 먼저 접종하면 성인 전체(약 3억 6000만명분) 접종 시나리오 대비 97%의 사망률 감소 효과, 83%의 기대수명 연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선순위를 잘 정하면 9분의 1에 불과한 백신 물량만으로도 전원 접종과 맞먹는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인 것이다.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약 1억 7400만명분)를 접종하려면 이보다 4배 많은 백신 물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망률 감소 효과와 기대수명 연장 효과는 각각 80세 이상 우선 접종시 97%에서 98%, 83%에서 86%로 소폭 증가에 그친다.

반대로 백신 공급이 더 부족해 80세 이상 고령자(약 2600만명분)만 접종하면 나름 효율적인 43%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이들의 기대수명이 짧기 때문에 인구 전체의 기대수명 연장 효과는 2%에 그친다.

의료인(약 1350만명분) 우선접종의 효율성은 백신의 효능에 따라 달라진다. 백신이 타인 감염을 막지 못한다면, 접종받은 의료인 자신밖에 보호하지 못해 3%의 사망률 감소 효과에 그친다. 반면 백신이 타인 감염 확률을 50% 줄여준다면, 의료인과 접촉하는 고위험군 환자도 더 안전해져서 41%의 사망률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8~59세 젊은 층 우선접종 시 사망률 감소(왼쪽)와 기대수명 연장(오른쪽) 효과. 좌우 그래프 각각 왼쪽부터 백신이 타인 감염 억제 능력이 없을 때, 20% 있을 때, 50% 있을 때 달라지는 효과를 막대로 나타냈다. 백신이 타인 감염 억제 능력이 없다면 젊은 층을 우선접종해도 인구 전체의 사망률 감소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다./ECDC 보고서 캡처

 

전체 성인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18~59세의 젊은 층(약 1억 2500만명분)의 우선접종도 의료인처럼 백신의 효능에 따라 달라진다. 백신이 타인 감염을 막지 못하면 사망률 감소 효과는 거의 0%, 기대수명 연장 효과도 16%에 그친다. 백신이 타인 감염을 50% 확률로 막아야 88%의 효과를 보인다.

ECDC는 "이 방법은 일반적으로 최적의 우선순위 전략이 될 수 없다"며 "백신이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에게 위험할 경우에만 젊은 층부터 접종시켜 고위험군을 간접 보호하는 방법으로 쓰일 수 있다"고 했다. 또 "백신이 타인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경우에도 향후 백신 공급 증가에 따라 보완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성인을 접종하는 ‘보편 접종’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실현이 불가능할 전망이다.

ECDC는 이번 분석을 위해 지난 2월부터 이달 1일까지 집계된 EU·EEA 회원국들의 코로나19 확진자, 입원환자, 중환자실(ICU) 입원환자, 사망자 수 데이터를 수리모델에 반영했다. 우선접종자들은 내년 1월 1일에 동시에 백신을 맞고 1년 이상 백신 효과를 유지한다고 가정했다.

접종자의 타인 감염 확률은 0~50%로 다양하게 고려됐다. 백신이 경증·중증 발생 위험을 줄이는 정도는 연령과 기저질환 유무에 따라 30~95%로 설정됐다.

통계에 따라 전체 감염환자의 17%가 무증상 감염자이고 이들의 바이러스 전파력은 유증상자 대비 35%라고 가정했다. 경증환자는 격리를 통해 대인 접촉 횟수가 75%, 중증환자는 100%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이같은 수리 모델링 결과는 화이자 백신 접종 계획에 반영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 23일 스위스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27일부터는 EU 27개 회원국이 동시다발적으로 접종을 시작한다. 스위스 등은 우선 요양원의 고령자부터 접종하기로 했다.

정교한 수리 모델링이 도입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어떤 기준으로 우선 접종을 할 지 정해진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유럽 각국에 비해 백신 확보 작업이 늦은 만큼 우선순위 전략 수립에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총괄반장은 지난 23일 "세계 처음 (접종을) 시작하는 나라도 집단면역 형성까지 짧게는 반년, 길게는 9~10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 기간에 접종 우선순위를 정해 범위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우선접종을 어떤 기준으로 실시할 지 고민해본 적 없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관련 정례 브리핑하는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