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영재교육

매케인의 애국과 품격

그 흔한 김씨 2018. 8. 28. 10:46
     
                                              
                                                  문화일보 2018. 8. 27 화요일

이미숙 논설위원

 

떠나기 싫지만 이제 나를 위해 종이 울리고 있다. 내 죽음을 추모하는 이들, 그리고 추모하지 않는 이들조차도 우리가 이상으로 건국된 나라, 우리의 번영과 성공이 세계에 희망을 주는 나라 미국에 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기억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좋은 곳이고, 싸워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82번째 생일을 나흘 앞둔 지난 25일 뇌종양으로 별세한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공화·애리조나)이 지난 5월 펴낸 자서전 쉼없는 파도(Restless Wave)’에서 미국인들에게 남긴 마지막 당부다.

 

그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의원 한 사람의 죽음에 이처럼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한마음으로 추모를 표한 적은 없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동맹을 위해 싸운 정치인이며 그의 중요성은 자신의 조국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전 생애를 헌신한 미국의 영웅이라고 했다.


매케인의 조부와 아버지는 미 해군사상 유례가 없는 4성 장군이자 제독이다. 그의 아버지는 6·25전쟁 때 현역으로 해상 작전에 관여하기도 했다. 매케인도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해군조종사로 베트남전 참전 중 전쟁포로가 됐다. 당시 그는 베트남 측의 석방 제안에 대해 먼저 잡힌 포로가 모두 석방되면 나가겠다고 일축, 수용소에서 5년 반을 버텼다. 베트남조차 그의 인품을 기리고, ·베트남 관계 회복의 공로자라며 감사를 표했다.

 

1982년 정계 입문 후 애리조나주 연방 하원의원을 거쳐 연방 상원의원으로 6선을 했는데, 언제나 국익을 우선했다. 공화당이 밀어붙인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에 대해선 대체 입법 없는 폐지 반대소신을 지켰고, 폐지 법안은 1표 차로 부결됐다. 2008년 대선의 공화당 후보였던 그는 유세 때 한 여성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를 아랍인이라고 주장하며 비난하자 오바마는 훌륭한 시민이라며 옹호했던 이야기도 유명하다. 매케인은 지난해 9CNN과의 고별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에 항상 옳은 선택을 한 건 아니었지만, 나라를 위해 봉사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애국이란 용어가 낯설어지는 시대, 정치인의 품격이 추락하는 시대에 매케인은 애국심과 품격 있는 정치를 재확인시켜준 영웅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