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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관리/경영관리

실리콘밸리 특파원 이상덕의 생각 200424


"저희는 유성우가 마구 내리는 들판에서 공룡들 발 밑을 지나다니는 들쥐 같은 느낌이 들어요." ?

최근에 만난 (당연히 줌 채팅으로 만난) 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대표님은 이런 말을 했어요.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요. 자신들이 알 수 없는 위험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내리는 상황에서, 그리고 거대한 항공사들과 호텔회사들이 운석을 맞고 뒤로 나자빠지는 것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인 자신들은 마음만 불안해 하고 있다는 이야기 같이 들렸어요. 그런데, 그 다음에 이런 말이 들려왔어요.

"그런 제 자신의 모습을 안 순간,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동요하며 우왕좌왕 한다고 하여 일이 해결되겠어요? 현실적으로 우리가 피할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등을 정리해 보는게 더욱 중요할 것 같아요."

2010년 5월 24일 일본의 사이타마. 자신을 향해 야유하던 6만 관중을 앞에 놓고 여유롭게 산책했던 박지성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

그런데 돌아봤더니 이 스타트업 대표님 뿐만 아니라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2010년 박지성 선수처럼 다른 변수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게 보였어요. 세상이 아무리 걱정하고, 조롱하며, 심한 시련을 준다고 하더라도, 골에만 집중하고 Just do it 정신으로다가 돌파해 나가는 모습 말이에요. TGIF인 오늘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목표하는 바를 따라 조급하지 않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골을 쌓아나가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모습들을 보여 드리려 합니다. 

?️‍♀️오늘의 에디션은요?️‍♀️
  1. IT 공룡들의 심상찮은 투자 
  2. 실밸리 벤처자금시장 흐름 
  3. 미라클레터가 보고 있는거 

Silicon Valley Original:트렌드
애플 페이스북...IT공룡들의 심상찮은 투자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형 IT 기업들 중에서 애플, 페이스북, MS 등이 크고 작은 M&A와 지분투자들을 감행했어요. 그 의미가 크다면 클 수도 있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많은 미국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M&A 시장이 위축된다는 측면을 많이 보도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있어요. 예를 들면, 

  • 빅토리아 시크릿, 팔기로 했는데 사는 사람(사모펀드 '시커모어')이 안산다고 발뺌
  • 소프트뱅크,  공유오피스 위워크에 3.7조원 투자하기로 했는데 안한다고 발뺌 
  • 제록스, PC회사인 HP를 집어먹겠다고 했지만 못하겠다고 백기선언 

등등이 있죠. 그런데 애플 페이스북 MS 등은 조금 사정이 다른 것 같아요. 아래와 같이 말이에요.  


애플은 아래와 같은 3개의 회사를 지난 한 달 사이에 집어삼켰어요. 

  • NextVR: 가상현실 스포츠 중계 회사 
  • 보이시스: 자연어 음성인식 기술 회사 
  • 다크스카이: 날씨정보 시각화 회사 

페이스북은 이런 무시무시한 딜을 했죠. 

  • 무엇을? 인도 최대 4G 사업자 Jio의 지분 9.99%를 
  • 얼마에? 약 7조원 주고 
  • 왜? 인도 인터넷 시장이 세계 2위 시장이니까 
  • 언제? 4월 22일에 
  • 이게 얼마나 큰 딜인데?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2014년 27조원 주고 왓츠앱 산 이후 제일 큰 투자 
  • 뭘 하겠다는거야?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왓츠앱이랑 전자상거래를 매칭하려는 것 같다고 해. 


위의 그래프는 Crunchbase라는 실리콘밸리 비상장 스타트업들의 투자소식을 모아둔 사이트에서 제가 뽑은 data 인데요. 애플의 스타트업 M&A는 평상시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에요. 오히려 올해 3월 이뤄진 3건의 투자가 기록적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2017년 12월 이후 이렇게 다수의 스타트업을 집어삼킨건 처음이거든요. 

애플 페이스북 뿐만 아니에요. 넷플릭스와 스냅은 실적발표를 일찌감찌 해 버리고, 시중에서 자금모집에 나섰죠. 둘 다 현금이 그렇게 필요한 회사들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좋은 실적이 나오고, 주가가 뜨면서 분위기가 달궈 질 때 회사채, 전환사채 등을 발행해서 좋은 조건에 돈을 빌리는 거죠. 그러면서 넷플릭스는 아예 대놓고 "M&A에 쓸 수도 있다"라고 했고요, 스냅도 "이건 기회가 좋기 때문에 모으는 자금" (Opportunistic raise)라고 했어요. (액시오스 보도: 무료, 영문

이런 모습들을 보면, 아래와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어요. 

  • 실리콘밸리 공룡 들이 위기에 얻어맞은 다음 우왕좌왕하는 시간은 1개월 이내다. 
  • 1개월의 위험이 있고 나면 이들은 대략 자신들의 연간 목표 수정을 끝낸다.
  • 내부적으로 조정할 것을 조정하고, 정비태새를 갖추면 이들은 공격을 시작한다. 
  • 애플 MS 같은 기업들은 심지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는다. 

중요한 사실은 이거에요. 실리콘밸리의 공룡들은 판데믹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  
Silicon Valley Original:트렌드
공룡뿐만 아니라, 사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시장도 좋았어 

24일 새벽 2시경에 나온 따끈따끈한 보고서에요
24일 새벽에 나온 Crunchbase의 1분기 벤처캐피탈 딜 보고서에 따르면 (원문 링크: 영문주의)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북미 시장의 스타트업 투자자금은 (씨가 마르기는 커녕) 오히려 작년 4분기보다 10%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이 말이 무슨 말이냐. 창업한 사람들에게 투입되는 자금이 결코 부족하거나 말라붙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죠. 물론, 개별 회사의 기업가치는 엄청나게 추락했을 것으로 예상이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금 시장은 여전히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는 돈이 많아서 그렇지!" 네 맞아요. 애플도 페이스북도 MS도 모두 돈이 많으니까 투자도 하는 거겠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에게 들어오는 자금흐름이 전체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던 이유도 이 곳에 있는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들에게 돈이 많아서 그런 걸 거에요. (2019년 초부터 약 123조원 (100b$)의 자금을 북미에 있는 벤처캐피탈들이 모아두기 시작했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벤처캐피탈들도 그렇고 IT 회사들도 자신이 원래 해야 하는 일을 그에 맞게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 벤처캐피탈은 위험을 먹고 사는 곳들이잖아요. 그래서 10곳 투자해서 2곳 건지면 성공하는 거라고들 하는데, 지금처럼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떨어진 상황이라면 벤처캐피탈 입장에서는 위험이 확 줄어드는 거잖아요. 그러니 안들어 가면 안되는 거죠.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 내가 움직이는 속도와 위험성향을 알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 그게 유성우가 내리는 와중에서도 침착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Silicon Valley Original:정보
미라클레터가 보고 있는 것들
1. 요트? 지하실? 넷플릭스 CEO의 줌 배경에 쏟아진 관심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가 지난 22일 실적발표를 했지요. 넷플릭스는 모든 실적을 유튜브에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화상채팅을 통해 실적발표가 이뤄졌어요. 그렇다보니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집이 일부 공개가 됐는데요. 저도 이걸 보면서 "대체 왜 넷플릭스 CEO는 뒤에 있는 침대를 주주 및 투자자 들에게 보여주는 걸까"라고 생각했었는데요. (22일자 미라클레터)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상상들을 했다고 해요. (트위터 링크) 

  • 저건 초 호화판 요트 속이다. 
  • 저건 백만장자가 하나쯤 갖고 있는 지하실 벙커 안이다. 
  • 저건 주주들을 침대로 유혹하는 은밀한 방법(Modestporn)이다. 

그런데 결론은 헤이스팅스 CEO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평범한 집 내부 풍경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약간 인간적이라는 느낌을 받는 실리콘밸리 현지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최고제품책임자인 테드 사란도스는 부엌에서 방송을 하는 등 약간 인간적인 면모를 던져줬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네요. (일부러 계산하고 그렇게 했겠죠??)


2. 주 정부의 파산 가능성 

미국의 주 정부들은 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요. 실업수당 청구도 많고, 공공기관에서 내어 주어야 할 자금들이 많기 때문이죠. (각 주정부의 부채규모) 이 때문에 각 주정부에서는 자체적인 지자체 채권 들을 발행하기도 해요. 시장에서 돈을 빌리는거죠. 그런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들을 갚을 돈도 없어지기 시작한 거에요. 그래서 연방정부에게 자금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미국 공화당 내에서 현재 가장 파워풀한 인물 중 하나죠.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한국시간으로 23일에 이렇게 말했어요. "미래세대들에게 돈을 빌려가면서 까지 각 주정부의 연기금들이 진 부채를 탕감해 줄 계획은 공화당 차원에서는 없다. (There’s not going to be any desire on the Republican side to bail out state pensions by borrowing money from future generations. : 뉴욕타임즈 기사) 한마디로 공화당의 입장은 연방정부에서의 자금지원 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거죠. 

3. 애플 자체 칩 넣은 PC 내놓나 

애플은 원래 인텔의 칩을 넣어서 PC들을 생산해 왔는데, 이제는 자체 칩을 넣어서 PC를 내놓겠다고 해요. (관련기사: 영문

4. 전 세계 유명 대학의 컴퓨터 사이언스 무료 강좌 500선 

파이썬 등 각종 언어를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으셨나요? 영어를 할 줄 알고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나신다면 하나만 콕 찍어서 들어보시는건 어떨까요. 하버드 스탠포드 MIT 등 세계적 대학의 컴퓨터사이언스 강좌 모음집이에요. (이걸 하나라도 다 듣는다는 건 쓸데없는 허영심일까요??) (코스모음집 가기)


5. 온라인 컨퍼런스는 이제 넷플릭스처럼 변한다?

판데믹으로 인해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거의 사라졌잖아요? 이제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온라인으로 점차 바뀌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마치 넷플릭스를 보는 것처럼 온라인 이벤트들을 고를 수 있을 거라는 보도 (프로토콜: 영문)에요.  


오늘도 실리콘밸리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줌 미팅들이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어요. 저 역시 오늘도 6개의 웹세미나를 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저 나름대로 정리하는 시간을 조금 가진 다음 속삭이듯 여러분들께 레터를 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도 알아볼 수 없게 갈겨서 쓰는 것 보다는 말이죵. 그래서 오늘은 컨텐츠의 양이 조금 작네요. 하지만! 내주 화요일에 또 알찬 컨텐츠로 찾아갈게요!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